-캐나다에 오기 전
울산대 영어 영문학과에 현장학습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얼핏 알고는 있었으나, 나와는 상관없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여기 오기 전인 2007년 3월까지만 해도 그랬다. 그러나 나의 주변에는 이 프로그램 때문에 울산대학교에 왔다는 친구도 있다는 것을 알고 깜짝놀랬던 기억이 난다. 4월부터 캐나다 현장학습 예비모임이 있기 시작했을 때에도 난 그냥 들어보기만 하자는 생각으로 참여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난 진지하게 생각했고, 솔직히 돈을 입금해야 하는 마감일까지 고민을 했었다. 내 인생에 이런 기회가 다시 없을지도 모르고,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 1학년 2학기 때 외국인 교수님 수업을 듣고, 난 외국인 교수님 수업과는 안 맞는것 같아서 ‘다시는 외국인 수업 안들어야지’ 라고 생각했던 것이 캐나다에 오기 싫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일지 모르겠다. 캐나다에 오면 일주일, 한 학기 내내 오로지 외국인 교수님과 수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가서 무조건 열심히 하자는 다짐을 하고 캐나다에 도착했다. 솔직히 한국에 있을 때, 어학연수 온다고 무언가를 열심히 준비하고 이랬던 것은 아니다. 그것이 내가 지금 가장, 정말 많이 후회하는 부분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선택을 할 수 있는 학교가 두 군데가 있었는데, 나는 여기에 대한 조사도 없이, 그냥 레스브리지를 선택했던 것 같다. 단지 레쓰브리지는 과목마다 교수님이 다르고, 리자이나는 담임선생님처럼 한 교수님이 모든 과목을 가르친다는 사실 하나로 레쓰브리지를 선택했다. 물론 지금 나의 선택에 후회를 하는 것은 아니다. 레스브리지는 정말 좋은 도시이고, 공부하기에도 정말 좋은 곳인 거 같다. 좀 더 아카데믹한 수업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래도 오기 전에 좀 더 열심히 준비를 하고 왔었어야 했는데 하는 생각을 하루에도 수 십번은 했던 것 같다. 특히 초반에 제일 그랬었다. 다시 5~6개월 전으로 돌아간다면 난 정말 회화 공부도 열심히 하고, 준비도 많이 해서 올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그래도 난 여기 도착하고, 모든 것에 최선을 다 했기 때문에 후회가 덜 되는 것 같아 다행이라 생각한다.
-홈스테이와의 생활과 나의 생활
캐나다에 도착한 첫 날은 정말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순간이 될 것 같다. 레쓰브리지 대학에 도착하니, 홈스테이 가족들이 모두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으로 가족을 만나고, 집으로 가는 차 안. 그 때 그 어색함. 솔직히 학교에서 외국인 교수님이 수업 하면서 얘기 하실 때에는 학생들을 배려해서 천천히 말해주고 그래서 이해가 많이 어렵진 않았는데, 홈스테이 가족들의 말 속도는 정말 상상초월이였다. 영어로 일상생활에서 대화하는 것도 생전 처음이였기 때문에, 정말 어떻게 말해야 할지도 난감하고, 잘 들리지도 않았다. 그래서 초반 2~3주 정도는 정말 많이 힘들었다. 밤마다 울기도 하고, 일기를 쓰며 외로움을 달랬다. 그리고 학교에선 항상 전자사전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밥먹고 시간이 남거나, 공강이 있을 땐 휴게실에 앉아서 전자사전에 있는 영어 회화 표현같은 것을 보고 암기하고, 혼자 말해보고 연습을 많이 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는 항상 ‘오늘 저녁엔 홈스테이 가족들과 무슨 얘기를 하지 ’ , ‘그걸 어떻게 표현하지 ’ 하는 생각들만 했었다. 그리고 한 달 정도 지났을 때에는 친구들과도 영어로 대화를 하자고 항상 약속을 했다. 하지만 그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였다. 그래도 가끔 영어로 대화할 땐, 나름 재밌기도 하고, 처음보다는 향상됐다는 생각에 뿌듯한 마음도 들었다. 처음엔 홈스테이 가족에게 할 얘기가 있으면, 항상 말하기 전에 2~3번씩 더 생각해보고 말을 꺼냈지만, 1~2달이 지나고 나니, 그냥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생각을 먼저 한다기 보다, 일단 말을 꺼내고 보게 되는 나를 발견했다. 3개월이 지난 지금은 홈스테이 말 속도에도 익숙해져서 80~90%는 이해할 수 있다고 자부할 수 있다. 그리고 난 정말 정말 홈스테이 가족들을 잘 만나거 같다. 왜냐하면, 홈스테이 가족들과 함께 많은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항상 가족행사가 있으면 나에게 함께 가자고 권유했고, 나 또한 즐겁게 그 권유를 받아 들였다. 새로운 경험도 하고, 그 경험을 하는 과정에서 홈스테이 가족과 말을 몇 마디라도 더 할 수 있는 기회가 될거란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행사에도 참여함으로써, 홈스테이 가족과 더 친근해지고 편해질 수 있었고, 나의 말하기 실력을 조금이라도 향상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나의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충고가 2가지가 있는데, 한 가지는 가기 전에 준비를 정말 많이 열심히 해서 가라는 것이고(예를 들면 영화를 보면서 일상생활에 사용되는 표현을 익히라던가, 영어 회화 책을 보면서 열심히 말하기 연습을 하는 것), 나머지 한 가지는 캐나다에 왔을 때 홈스테이 가족과 항상 대화를 많이 하고, 시간을 함께 많이 보내라는 것이다. 그리고 도착하자 마자 샀던 노트 2권, 무엇을 할까 하다가 영어 일기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한국에 있을 때에도 영어로 글쓰기 하는 것을 정말 싫어했다. 그래서 항상 인터넷으로 찾아보거나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곤 했었는데, 여기와서 글쓰기가 재밌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하루하루 일기를 쓰고, 저녁을 먹은 후에는 홈스테이 아저씨에게 문법등을 교정해줄 것을 부탁했다. 내가 정말 홈스테이 가족을 잘 만난게, 매일 저녁 부탁을 해도 아저씨는 정말 친절히 싫은 내색없이 잘 설명해주고 고쳐 주셨다. 영어 일기 내용 중에는 그 날 하루 재밌었던 에피소드 들도 있었고, 내가 느끼는 많은 것들이 쓰여있었기 때문에, 그 일기를 함께 공유하며 웃을 수 있었고, 홈스테이 아저씨도 나를 많이 이해해 주셨다. 여러가지 면에서 홈스테이 아저씨와 가족들에게 정말 많이 감사하다.
-학교생활
학교 수업면에서는,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던 건 사실이다. 한국인 교수님이 2시간을 수업해도, 집중력이 흐려지거나 졸리기 마련인데, 여기서 외국인 교수님이 영어로 수업을 2시간 동안 하니 집중력이 저절로 저하되는건 정말 시간 문제 였다. 정말 힘들었다. 처음엔 무슨 말인지도 잘 이해가 되지 않고, 이렇게 이해를 못하는 내 자신에게 화도 정말 많이 났었다. 하지만 항상 열심히 들으려고 집중을 하는게 습관이 되다보니 나중에는 저절로 그냥 잘 들리게 되었다. 그렇다고 이 말이 물론 모든 말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정말 무슨 일에든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또 한번 깨달았다. 프레젠테이션 준비, 과제, 시험공부, 인터뷰 준비 등 난 정말 열심히 했다고 자부할 수 있다. 때로는 결과가 좋지 않아 속상하기도 했다. 물론 한국에서도 열심히 했지만 그것은 시험기간에만 해당하는 사항이였다. 하지만 캐나다에 와서는 시험기간이 아니라도, 항상 과제가 많았고, 중간 중간에 테스트 같은 것들이 많았기 때문에 정말 열심히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과제 때문에 시간이 없을 때에도 항상 영어로 일기 쓰는 것을 잊지 않았다.
-나의 느낀점 그리고 다짐
여기 온 이후로 가족과 함께 캐나다에 와서 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정말 친절한 캐나다 사람들과 가족 중심으로 돌아가는 사회 분위기. 한국에선 보통 아버지들은 일 끝나면 동료들, 친구들과 술 한잔씩 하고 돌아오고 가족을 뒷 전으로 생각하는 경향도 있지만, 캐나다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상점들도 5~7시가 되면 전부 문을 닫고, 가족과 시간을 많이 보내기 위해서 일찍 집으로 들어간다는 말을 들었다. 정말 신기했다. 이것이 문화의 차이인가 하고 생각했다. 우리 홈스테이 아저씨도 물론, 항상 4시만 되면 집에 오신다. 그리고 항상 가족을 위해 노력하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한국 사람들도 이런 것들을 본받았으면 좋겠다. 한국에 돌아갈 날이 2주일도 안남은 지금, 아쉬운 마음이 밀려온다. 처음에 여기 오기전에는 ‘캐나다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가게 될 어학연수 일거야’하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지금은 ‘다시 한 번 더 나와볼까’ 하는 생각도 많이 들게 된다. 정말 경험이라는게 중요한 것 같다. 여기와서 철도 많이 든 것같다. 아르바이트라면 정말 싫고, 절대 안해야지 생각했지만, 지금은 나도 성인이고 내 학비쯤은 내가 벌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들게 되었다. 한국에 돌아가면 우선 토익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해서, 1월달에 있는 토익시험을 쳐 볼 것이다. 물론 시험 결과에 많이 실망 할 지도 모르지만, 정말 내가 여기에서 한 만큼 결과가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 실망을 하기 보단 반성을 해야할 것이다. 물론 한국 도착 하자 마자 하루정도 휴식을 가진 후 학교에 나가서 토익 공부를 할 계획이다. 그리고 친구들과 영어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서 하루에 1~2시간 씩 영어로 계속 말하는 연습이나 토론 등을 하고 싶다. 만약 이대로 한국에 돌아가서 다시 여기서 했던 각오와 다짐들을 잊고, 한국말만 한다면, 캐나다에서의 나의 모든 노력들이 물거품이 되어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한국에 가면 학교에서 DVD를 빌려서 자막을 달지 않고 영화를 볼 것이다. 홈스테이 내 방에 디브이디와 텔레비젼이 있어서 적어도 일주일에 영화 한 편씩은 볼 수 있었다. 처음엔 영어 자막을 달지 않고 보다가 너무 답답해서 영어 자막을 달고 보았다. 하지만 이젠 자막을 달지 않고 보는 것도 나름 익숙해 졌고, 재미있다. 같은 영화를 기본 3번씩은 봤다. 자주 영화를 봤지만 같은 영화를 여러 번 보다 보니, 지금 내가 여기와서 본 영화를 다 합쳐도 30편이 채 되지 않는다. 처음엔 자막없이 그냥 영화를 한 번 보고, 두 번째에는 자막을 달고 그냥 한 번 보고, 마지막 세번째에는 영화 자막을 달고 보면서 모르는 표현이나 신기하고 재밌는 표현이 나오면 일시정지를 시키고, 그 표현을 연습장에 적었다. 그리고 밤에 자기 전에 써놓은 표현들을 보고 익히고 잠이 들곤 했다. 물론 항상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나의 노력들도 나를 조금이나마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된게 아닐까 한다. 지금은 자막없이도 영화를 재밌게 볼 수 있다. 이렇게 정말 발전을 해가는 건가 보다. 3개월이 짧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정말 캐나다에서 3개월은 내인생에서 값진, 잊지 못할 순간들인 것 같다.
-힘들었던 점
지금까지 난 캐나다 생활에서의 장점들만 얘기를 했다. 물론 단점들도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가족들이 그리운 것은 당연한 것이고, 친구들도 많이 보고싶고, 한국음식도 가끔은 그립다. 캐나다 음식에 적응 못해서 힘들어 하는 사람도 꽤 있다고 들었는데, 내 주변엔 그런 사람들이 없었던 것 같다. 우선 나의 경우에만 해도 캐나다 음식이 정말 맛있었고, 한국 음식은 지금까지 5번은 생각 났나 하는 정도이다. 한국 돌아 갔을 때, 캐나다 음식과 홈스테이 가족들이 많이 그리울까봐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나는 음식보다 가족들과 친구들이 정말 너무 그리웠다. 여기 왔을 때 한 달정도 지날 때 까지는 한국 돌아 갈 날을 매일 달력을 보며 기다리는 어리석은 짓을 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내가 어리석었다는 것을 느낀다. 물론 지금 2주밖에 안남아서 한국에 돌아가면 무엇을 먼저 할까 하고 생각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처음 도착 했을 때부터 그렇게 생각하니, 의욕은 저절로 사라졌다. 그래서 나는 마음을 고쳐먹고, 한국을 생각하지 않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한국이 생각 날 때마다 일기를 쓰거나, 영화를 보는 것은 잡다한 생각을 날려버리기 위한 좋은 방법이였던 것 같다.
-나의 여가 생활
여가 생활이라고 해서 거창하게 무언가를 많이 했던 것은 아니다. 평일에는 과제와 시험, 프레젠테이션 준비 등으로 매우 바빴기 때문에, 평일에 조금 여유롭거나 심심할 때에는 내 방에서 혼자 또는 친구들을 초대해서 함께 영화를 보기도 했고, 또는 홈스테이 가족들과 거실에서 영화 보는 것을 즐겨했다. 주말에는 조금 여유로웠다. 주말마다 친구들과 새로운 곳을 찾아 다녔다. 새로운 곳을 발견하고, 처음 보는 것들도 많았다. 그 때 그 설레임과 즐거움은 정말 평생 잊지 못할 나의 보물이 될 것 같다. 학교 과제와 시험 때문에 많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에는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가기도 했다. 캐나다 음식이 조금 기름지고, 나는 특히 캐나다 음식이 너무 좋아서 많이 먹다보니 살이 찌는 것은 당연했다. 그래서 친구들과 수영장에서 시간 날 때마다 수영하는 것도 즐겼다. 수영장 사용은 무료였기 때문에, 하고 싶을 때마다 가서 할 수 있었다. 주말이면 친구들 집에 가서 하룻밤 자며 ‘아 이 집은 또 우리 홈스테이 집이랑 뭔가 다르구나’ 라는 것도 많이 느낄 수 있었고, 친구집 홈스테이 가족들과 얘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이 글을 마치며…..
캐나다에서 한 나의 모든 것들에 100% 만족을 하진 않는다. 가끔은 정말 너무 지치고 공부가 하기 싫어서 게으름을 피우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다시 지난 3개월을 생각해보면 난 정말 모든 힘든 일을 잘 이겨낸 것 같고, 열심히 한 것 같다. 이젠 한국에 돌아 갈 날을 기다리기보다, 한국에 돌아가서 캐나다가 많이 그리울까봐 걱정이다. 나의 이 3개월 반. 정말 내가 다시 경험할 수 없을지 모르는 즐겁고 행복하고 많이 성숙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
